어? 한진칼 주인이 바뀌었다고? 믹서기처럼 돌아가던 지분 싸움이 결국 숫자 하나로 갈렸습니다. 호반 측 지분율 20.69%, 조원태 회장 측 20.58%. 차이는 딱 0.11%포인트였습니다.
한진칼은 지주회사입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몸통 같은 회사라서,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누구냐가 곧 그룹 전체의 경영권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0.11%포인트라는 작은 차이가 시장 전체를 흔든 겁니다.
공시가 나온 날, 한진칼 주가는 상한가를 쳤고 다음날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도 추가로 올랐습니다. 한진칼우는 더 요란하게 움직여서 나흘 연속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주가가 오른 뉴스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원태 회장 일가와 호반그룹의 지분 전쟁이 본격화된 신호입니다.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요?
한진칼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조원태 외 특수관계인'에서 '호반건설 외 3인'으로 변경됐다고 밝혔습니다. 호반 측이 보통주 1381만4053주, 지분율 20.69%를 확보하면서 조 회장 측 20.58%를 근소하게 앞선 겁니다.
공시에 기재된 잔고증명서 기준일은 지난 2일이고, 한진칼이 이 변경 사실을 통보받아 확인한 날짜는 3일이었습니다. 실제 지분 변동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공시에 별도로 적혀 있지 않지만, 호반 측 계열사가 장내에서 조금씩 주식을 사들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지분 차이 0.11%p, 이게 경영권을 갈랐다
업계에서는 이걸 단순한 숫자 싸움으로 보지 않습니다. 지분율 1%포인트를 추가로 확보하려면 12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수준까지 몸값이 커진 회사라서, 0.11%포인트 차이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접전의 결과였다는 겁니다.
호반, 언제부터 숨어 있었나
사실 호반그룹이 한진칼에 발을 들인 건 꽤 오래전 일입니다. 2022년, 당시 2대 주주였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면서 처음 들어왔고, 이후 계열사들을 통해 조금씩 보유 지분을 늘려왔습니다. 올해 7월에도 추가 매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밌는 건 호반 측이 이번 공시에서도 지분 인수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경영 참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건데, 시장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최대주주 자리까지 오른 상황에서 단순투자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단순투자라는데 최대주주까지 올라가는 단순투자가 어디 있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4년을 묵묵히 모았는데 이제 와서 경영 참여 안 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진칼 최대주주 호반건설…조원태, 지분 추가 매입 계획(종합) | 연합뉴스
조원태, 그냥 당할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주기 직전인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사들였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70억5000만원 규모입니다.
조 회장 측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로 370억원 규모의 주식을 더 매입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매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 지위가 다시 조 회장 측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일정도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통상 심사에는 30일이 걸리지만 사안에 따라 최대 90일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양측의 추가 매집이 이어지면서 12월 즈음 다시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한진칼우, 왜 이렇게 날뛰나
보통주보다 더 요란하게 움직인 건 우선주인 한진칼우입니다.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나흘 연속 상승세를 탔고, 하루 사이 20% 가까이 오르는 급등이 반복됐습니다. 정규장이 끝난 애프터마켓에서도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한진칼우의 주식 회전율이 하루 사이 220%를 넘으며 전날보다 18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단기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극심하게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상승세를 그대로 즐기기만 할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거래소는 한진칼우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고, 투자경고종목과 단기과열종목 지정도 예고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루 만에 26% 가까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만큼, 경영권 분쟁 테마에 뒤늦게 뛰어드는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진짜 승부는 산업은행 손에?
지분 경쟁의 또 다른 변수는 산업은행입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게 됐는데, 이 통합이 마무리된 지금 산업은행이 지분을 계속 들고 있을 정책적 필요성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산업은행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조 회장의 우군으로는 델타항공(14.90%)과 LX판토스(3.83%)가 있습니다. 단순 합산하면 조 회장 측과 39%를 넘는 수준이지만, 이 수치는 서로 다른 기준일에 공개된 지분율을 더한 참고치일 뿐이고 모든 주주가 실제 주주총회에서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조양호 회장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뒤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당시에도 국민연금과 KCGI, 외국인 주주들이 뭉쳐 경영권을 흔든 적이 있습니다. 그 이전부터 한진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오너 일가가 그룹을 지배해왔고, 물컵 사건 등으로 소액주주들의 반감이 쌓여 있던 터라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12조 몸값, 승자는 누가 될까
지난 4일 종가 기준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12조3043억원에 달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이슈 하나로 이만한 규모의 회사 지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분율 1%포인트를 더 확보하려면 12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수준이라, 양측 모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원태가 이렇게 밀릴 줄 몰랐다'는 반응과 '호반이 4년 동안 조용히 준비한 게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우선주까지 급등했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는 거냐'며 뒤늦은 추격매수를 걱정하는 글도 많이 보였습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원태 회장의 추가 매입이 완료되는 시점,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 그리고 산업은행의 선택까지 겹치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몇 번은 더 최대주주 자리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당분간 한진칼과 한진칼우의 변동성은 계속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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